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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호 (2003-10-25 09:0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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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성> 해구신(海狗腎) 이야기
얼마 전 중국 연변에 의료 봉사 갔다가 백두산(장백산; 長白山)을 오를 기회가 있어 다른 한국인 팀과 일정을 맞춰 승합차 한 대를 빌려 가고 있었다. 중간에 휴게소 비슷한 곳에 차를 세우고 화장실도 갈 사람은 가고 초라한 휴게소에 들러 한약재라고 전시해 놓은 곳으로 가 봤다. 그 곳에는 한국인 여행객들이 대부분 이었는데 한국인을 위한 한약재를 전시해 놓고 있었다. 그러나 약재들은 상품(上品)이 별로 없었고 대부분 하품(下品)으로 한국에서도 잘 쓰지 않는 것들이었다. 그 중에 가장 인기 있어 보이는 것이 녹용이었는데 그것도 역시 좋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하나 눈길을 끄는 것이 있었는데 사슴의 음경과 고환을 말린 것이 있다. 아마 이것이 정력제로 좋은 것이라 하여 채집하여 내어 놓은 것 같았는데 정력제로 유명한 해구신(海狗腎)을 생각해서 사슴의 것을 대신 내어 놓은 것 같았다. 실제 수컷 물개의 해구신과 사슴의 것이 효능이 같은지는 모르겠지만 정력제 하면 무엇이든 잡아 먹을 한국인들을 위해서는 그럴만도 하다는 생각을 하며 웃음을 지었다.

수컷 물개는 2-3개월의 교미 기간 동안 20-200마리 정도의 암컷을 거느리고 하루 약 10-20회 정도 짝짓기를 한다고 한다. 그러니 교미 기간 동안 약 1000-2000회 정도 교미를 하는 셈이다. 땅에 발을 디디고 살아가는 동물들 중에 이만큼 짝짓기를 많이 하는 동물이 흔치 않다. 그러니 물개의 음경과 음낭이 옛 사람들의 관심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해구신의 약성은 매우 더운 작용을 하며 달면서도 짠 특성이 있고, 독이 없다. 몸에 들어가서 간(肝)과 신(腎)에 작용하게 되는데 이 장기가 남성에게 정력을 일으키는 근본적인 장기에 해당된다. 동의보감에는 주로 오로칠상(五勞七傷)과 신기쇠약(腎氣衰弱), 음위소력(陰萎少力), 면흑정냉(面黑精冷), 남자의 신정쇄손(腎精衰損), 다색(多色)으로 인한 피로(腎勞), 귀매(鬼魅)와 꿈에 교접(交接)하는 증세와 중악사기 등 정신 허약이 원인인 증상을 치료하고 중풍(中風)에도 좋고 양기(陽氣)를 도와주며 허리와 무릎을 따뜻하게 해 준다고 했다.

한의학의 본초학에서 해구신의 기원동물로 거론되는 것으니 북방물개속의 유일종인 북방물개(Callorhinus ursinus)이다. 이 동물은 국제간의 협약에 의해 보호 받고 있는 동물인데 최근에는 캐나다 정부에서 개체의 수를 조절하기 위해 도살된 수컷 물개로부터 채집한 것이 유통되고 있다고는 하나 대부분이 가짜다.

한의학에서는 정력을 인위적으로 향상시키는 방법은 결코 좋지 않다고 본다. 정력이란 본래 몸이 건강하고 기혈순환이 원활하면 자연적으로 발현되는 남자의 자연스런 힘이라 전체적인 인체 균형적인 측면에서 고려해야할 문제다.

옛날 어느 마을 한 집에서 장독대 위에다 해구신을 말리고 있었다. 그런데 마침 수케 한 마리가 그것을 보고 낼름 삼켜 버렸다고 한다. 그랬더니 그 놈의 개 한 마리가 온 마을을 돌아 다니며 짖고 마을 암캐들의 배를 부르게 했다고 한다. 이것이 동물들의 세계다. 코끼리를 죽이고 상아를 베어가고 코뿔소에게서는 뿔을, 사슴으로부터는 녹용과 사향을, 물개로부터는 해구신을 가져가는 인간의 모습이 잔인해 보이기도 하지만 이런 것들로 장식하고 먹고 이리저리 쑤시고 다닐 남자들을 생각하면 더 추잡해 보이는 것은 왜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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